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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지난날 나는 영미에게 상처를 줬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만큼.
영미랑 시간을 함께해야 할 것 같은데 금요일은 이미 틴파쌤들과 약속이 잡혀있었다.
처음 약속땐 18명이였던 멤버가 한두명씩 빠져 9명 정도나 빠져버렸다.
타이밍을 놓쳐서 못가겠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영미에게 같이가는게 어떠냐고 제안해보았다.
우리가 지금은 아프지만 같이 여행을 다녀오면 좀 회복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이가는 틴파 선생님들을 잘 모르고, 그 사이에 껴서가는게 어색해서일까? 영미는 거절했다.
다음날, 여행멤버 단체창에는 최종 멤버인원이 적혀있었다.
거기에 안나가 있는걸 보고선 요한이형과 영미가 함께 가는가 싶었다.
안나와 함께가면 어색하지 않고 괜찮을까 생각한 나는 영미한테 같이가자고 한번 더 제안했다.
영미는 다시 거절했다.
그래서 혼자가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이 끝난 뒤 핸드폰을 켜니 요한이형한테 카톡이 와 있었다.
'형윤아 영미도 같이 갈까?' '너무 갑작스럽긴하네 갑자기 얘기하다 나와서'
카톡으로 보고선, 다시 영미에게 전화해서 같이가면 안되냐고 물어봤다.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안나탓을 했던것 같다.
'요한이 형한테 같이가는게 어떠냐고 연락왔었다. 아마 안나가 혼자가기 어색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된다' 라며
영미에게 그 날 상처주지 않았다면, 혼자 갔다왔을거 같다.
그렇게 화해한듯 아닌듯 한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 바로 혼자 놀러가는게 스스로도 탐탁지 않았다.
그렇다고 약속을 취소하기엔 타이밍도 늦었다. 우리에겐 회복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같이 가는게 그 상황에서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고,
여행가면 자전거를 타든 뭘하던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2번을 물어보고 2번 거절했을 때, 진짜 혼자 여행을 가도 되나 싶었다.
요한이형의 카톡이 왔을때, 영미를 데려갈 수 있는 핑계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왜 이런상황과 마음을 얘기하지 않고, 안나를 대면서 같이가자고 했던 것일까.
괜한 내 주장과 생각 때문에 영미 몸과 마음에 더 큰 상처가 남아 버렸다.
선생님들과 영미와 함께 얘기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얼마나 내 생각만하고, 얼마나 내 주장만 강한지.
영미에게 귀기울이려하지 않고, 가르치려고만 했던 나의 모습들.
내겐 생각보다 문제가 많아보인다.
나 때문에 더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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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희생
어릴때 부터 어머니가 아버지와 재정적인 이유로 다투시면 늘상 하던 말이 있다.
"내 옷이라도 제대로 하나 사입었는줄아나, 느그 한테 다들어 갔지"
이번에 고향에 갔을때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어머니의 희생을 강요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투에선 '우리가 희생을 강요했었다' 라고 느껴진다.
어머니가 말하지 않아도 나와 내 동생은 알고 있다.
어머니라는 존재와 어머니의 희생을.
하지만, 어머니가 본인이 희생하셨다는 것을 짜증내며 말하는 순간,
마치 우리가 가해자인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그 순간 어머니의 희생이 바래버렸다.
나도 나중에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을 하겠지..
만약 "우리가족 때메 내가 항상 희생했다" 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낸다면,
'나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도록 강요당했다'며 엄마와 마찬가지로 우리가족을 가해자로 만들게 될수도 있다.
그런 가슴아픈 가해자를 더이상 만들 이유는 없다.